밑줄 그은 문장들.
그 때 세상에 그런 열정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과시하거나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 집중하고, 그런 나를 받아들이려는 열정. 요가복은 커녕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에 무릎이 튀어나올대로 나온 추리닝 바지를 입고 있지만, 괜찮다,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매트를 다닥다닥 붙여서 앞뒤, 양옆 사람과 계속 부딪히면서 도 누구 하나 싫은 기색 보이지 않고, 서로의 움직임을 타협해가며 그 안에서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것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그것이 가능하고,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진짜 세상이라는 것을. 반면 스스로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남만 두리번거리는, 그러다 옆 사람과 부딪히면 서로 헐뜯으며 살아온 것이 내 인생이었던 것이다.
(17~18p)
별거 아닌 것 같지만 2분 샤워는 내 인생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그전까지만 해도 운동 후에는 꼭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머리를 말리고, 화장을 해야 했기 때문에 운동하는 것보다 이후의 과정이 짐스럽게 느껴져 헬스장을 끊어놓고 한 번 가고 안 가기를 수 없이 반복했다. 그런데 요가 자체에 재미를 느끼다 보니 어쩔 수 없이 2분 샤워에 맞추게 되고, 그러다 보니 화장도 하지 않게 되고, 머리는 자연 건조로 마르게 그냥 내버려두거나 묶게 됐는데 그게 매우, 꽤 괜찮은 것이다. 샤워에서부터 화장까지 한 시간이 걸리던 일상이 2분으로 줄어들면서 58분이라는 시간동안 센트럴 파크를 걷거나 브라이언 파크에 샌드위치를 사들고 가서 사람들을 구경하며 느긋한 점심을 먹거나 또는 그냥 요가 매트를 깔고 공원에 누워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생각만해도 마음이 조급해지던 2분 샤워는 오히려 내게 느긋함을 선물해주었다. 그리고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한 청결함의 기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했다. 땀 좀 흘려도 괜찮고, 가방 좀 바닥에 내려놔도 괜찮고, 맨 바닥에 앉아도 괜찮다. 멋 좀 부리지 않아도 괜찮다. 괜찮아지는 것이 많아지면서 왜 그동안 그것들이 괜찮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아니 생각조차 해보지 않고 당연히 괜찮지 않다 생각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29~30p)
...그렇게 몽롱한 상태로 60분 수업을 정말 기계처럼 구령을 쏟아내며 마쳤다. 그때 난 처음으로 깨달았다. 무지막지하게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되기도 하는구나.
(54p)
쫓아오며 말을 걸어올 때의 기세로는 내가 내릴 때도 같이 내릴 것 같던 그가 다음 역에서 갑자기 내리면서 "You never know!" 라고 하고 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문이 닫히고 전철은 그대로 다시 출발했다. '방금 무슨일이 일어난 거지?' 갑자기 방금 일어났던 모든 상황들에 어리둥절해졌다.
매일 아침 수련을 할 때마다 그가 생각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의 목소리 "You never know!"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친다. 새벽 4시에 시작하는 지금 나의 수련은 프라나야마와 만트라 그리고 크리야등의 영적 수련이 주를 이루며 아사나 수련은 그것들이 내안에 자리 잡고 난 뒤 이루어진다. 나는 내가 이런 영적 수련들을 하고 만트라를 되뇌며 사랑을 애기하는 수련자가, 요가 강사가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내 인생의 목표가 사람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성장하게 하는 것이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는 정말 내가 이렇게 영적 수련을 하는 사람이 될 줄 알았던 걸까?
이름도 얼굴도기억이 나지 않는 그는 분명 나의 요가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 분명하다. 나는 이제 그가 했던말을 나의 학생들에게,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하고 있다. 뭔가 해보기도 전에 안 될거라며 포기부터 하거나 또는 조금 해보고 안 된다며 단념하는 이들에게 나는 오늘도 얘기한다. 당신이 얼마나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You never know!"
(~149p)